최근 다니던 회사를 다니는 동안.. 까지는 아니고 올해 글을 한 번도 안 썼다. 알게 모르게 부담감이 있었고 나도 멋쟁이 개발자들처럼 기술 글도 올리고 그래야 되는데 난 왜 맨날 회고글만 쓸까 싶어서 부담감에 이런 글조차 시도를 못했던 것 같다.
별건 아니지만 최근까지 다니던 회사에서 여러가지 느낀 게 많아서 이런 거라도 조각조각 모아서 써볼까 했는데 그냥 내 생각을 인터넷 세상에 내보인다는 게 두려움이 더 큰 것 같다. 사람들과 있을 때 잘 언급하지 않을 내 생각들도 주절주절 이야기하다 보니까 부끄러운 것도 있고 이래저래 회사에서 개발 잘하고 살면 되지 뭔 가치관이며 태도며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 하고 냉소적으로 살아온 시간도 있더랬다. 그래도 이런 기록들이 앞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데에 있어서 뭐가 중요한지 구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지 않을까 싶어서 쓴다.
11개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개월 수.. 1년도 안되어서 포기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실패자 딱지같은 느낌...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아무래도 가족들의 평가 자체도 회사를 다니기 전 미성년자일 때부터 들어온 '네가 아무리 힘이 들어도 1년은 버텨라'라는 어머니 아버지의 말을 들어와서 그런지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정말 싫어했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내야만 했고 포기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면 최대한 빨리 나오는 게 답이라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이렇게 회사와 희망퇴직(권고사직)으로 이별하게 되었다. 심지어 나 회사 되게 사랑했는데 (구질구질)
회사 가는게 즐겁고 월요일이 죽을 만큼 싫지도 않았고 도시락 싸가는 재미, 팀장님 및 팀원들과의 농담, 협업해서 일구어내는 값진 개발경험들, 점점 다양하게 알아가는 다양한 분야의 회사 사람들, 회사 돌아가는 구조 등 새롭게 알아가는 게 많아질수록 더 재미있었다.
어찌 보면 그만큼 좋은 사람들이 많았어서 잘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서 정리해고 명단이 나오고 뒤숭숭하게 몇 주를 보내다가 이렇게 울타리 밖으로 나왔다. 명단에 내가 있다고 희망퇴직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슬프진 않았다. 팀 내 저연차가 나라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고, 애초에 많은 인원이 정리되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참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인사평가도 잘 받았고, 내가 정리해고 명단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팀장님이 붙잡으려고 했던 노고를 알고 있고, 팀 내 및 타팀 팀원 몇몇 분들이 '네가 참 책임감도 있고 일도 잘했지'라는 말을 들어서 그랬을까 오히려 좋은 기회가 오려는 건가 보다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나왔다. 심지어 마지막날 인사 못했다고 고생 많았다며 직접 전화주신 시니어 퍼블리셔 매니저님께도 진심으로 감사했다. (이건 정말 눈물 날 뻔했다)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서 햅삐캣으로 살았다. 결국 사람이 남나 보다.
개발하다가 막혀서 도무지 모르겠을 때 질문하면 다 같이 달려들어서 함께 고민해주는 세명의 프론트 팀원들도 너무 사랑스러웠고 함께 협업하면서 불편하지 않게 작업해준 백엔드 팀원들도 좋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일거리 쇽쇽 주시는 팀장님도 좋았다! 아침에 스크럼 미팅 할 때면 다같이 참새처럼 아침에 입 댓 발 나와서 팀장님께 징징대어도 개선해 주실 수 있는 것들 다 개선해 주시고 묵묵히(ㅋㅋㅋ) 들어주시고, 다들 그렇게 징징대다가도 업무에 있어선 프로처럼 묵묵히 해내던 팀원들 자랑스러웠고 이런 게 팀워크인가 싶었다.. 한 명 한명 너무 멋진 분들이었다.
회사 다니면서 블로그나 깃헙 관리를 야무지게 하진 못했어도 아래와 같은 행동이 나를 충분히 성장시켰던 것 같다.
- 회사 업무 몰입해서 진행하고 기한 내 마무리하기
- 어떻게 되어가고 있고 언제 마무리될 것 같은지 주기적으로 팀장님께 보고 드리기
- 팀 내 분위기 좋게 유지하기
- 일일 업무 회고 기록하기
- 모르는 거 있거나 조언 구하고 싶을 때 사람에게 찾아가기
특히 일일 업무 회고는 집에서 따로 노션에 기록했는데 하루하루 나의 행동을 되돌아볼 수도 있고 오답노트처럼 쓰다 보니 이 시기에 회사에서 개발도 훨씬 재밌고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게 보여서 좋았다.
회사에서 즐거웠던 일들 적으라고 하면 조금 오버해서 팔만대장경 급으로 작성할 수 있는데 이 정도로 줄인다. 11개월가량...(링크드인이 11개월이라고 알려줘서 대략 11개월 잡습니다) 소소하게 깨달은 몇 가지가 있다.
- 팀 내 분위기가 좋은 것과 더불어 팀원 간에 신뢰자산이 쌓이면 업무 효율이 45373756%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 사내 농담 따먹기 타임은 최고의 업무다. (이런 이름의 시간 없고 그냥 제가 붙인 이름이고 대체로 일하면서 밈으로 대화 혹은 일상 대화로 서로 웃참챌린지)
-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행동을 해야 자아 존중감이 올라간다. 특히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회사에서 노력해 볼 수 있다.
- 회사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는 기술에 관심 가지고 연마해야 한다.
- 아예 생뚱맞은 최-신 기술에 목맬게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다양한 문제해결 기법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 개발공부할 때 책 필요 없다고 한 사람 누구야? 관련 서적 읽는다고 마이너스되는 건 없다.
- 쓸데없는 경험은 없고 다 해보면 나중에서라도 나에게 이롭게 돌아온다.
- 이건 물경력, 저건 불경력이라고 판단했던 모든 것들이 그땐 틀리고 지금 맞을 수도 있다.
- 일하는 데 있어서 연차는 생각보다 의미가 없다.
- 어떤 분야에서든 사람이라는 자산이 가장 비싸고 귀하고 감사한 것이다.
- 전에는 회사 규모나 회사의 기술스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내 및 서비스 규모, 팀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 계속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
- 강의를 듣든, 책을 읽든, 칼럼을 읽든 뭐든 해보면서 맞는 공부법을 찾아야지 이런 공부는 별로래 하고 기피하지 말자.
- 나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 잘하는 개발자란 어떤 개발자일까에 대한 고민을 잠재워주고 방향성을 준 글
누가 뭐 모르겠다고 하면 달려가서 알려주거나 고쳐주고, 간 김에 시시콜콜 수다떨다오고 하는 그런 과정들도 재밌었다. 다음 회사는 더더욱 인원이 많은 회사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재밌다..(?) 분위기도 중요하겠지만... 너무 재미만 쫓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겁나는데 저 일 했습니다.. 타 팀이랑 협업하는 것도 재밌었고..
그리고 나름대로 이 회사에서 나만의 룰이 있었는데, 귀찮거나 하기 싫은 일을 맡게 되었을 때 3초 정적 후 "... 키야 진짜 재밌겠다!!!" 라든가, "이야 이런 ~한 업무를 담당하게 되다니 성장할 수 있잖아 럭키비키잖아" 라고 일단 입 밖으로 뱉었는데 이러면 다들 깔깔대면서 분위기도 좋아지고 나도 일단 뱉었으니까 어찌하다 보면 재밌게 몰입해서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잘 받아준 팀원분들의 성격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은 긍정적인 요소들이 모여서 회사 일을 더 잘하고 싶게끔 작용했다. 순기능인 듯..
이젠 기술 글도 많이 적고 다양하게 공부해보고 삶을 더 음미하면서 시간을 보내야지. 다음 회사도 즐겁게 다닐 날을 고대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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