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코드에서 느낀 3가지
내가 3개월 회고를 쓰게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냥 어떻게 매일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니 수료식을 짠- 하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쓴다. 시간이 참 빠르다.
그래도 참 감사한건 3개월을 한번 쭉 훑어보았을 때 최선을 다해 3개월을 보냈다는 것에 스스로를 칭찬해주기 마땅하다는 것이다.
행복하게 3개월을 보냈다. 어떤 날은 다음 날이 오는게 두렵기도 했고, 어떤 날에는 당장 내일 무언가를 시도해볼 생각에 두근대며 잠을 못이룰 때도 있었다. 어떤 날은 충분히 잘 해냈는데도 이유 없이 울기도 했고 어떤 날은 스스로가 대견해 꼭 안아주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런 다양한 하루하루가 쌓여서 지금의 내가 있다. 다채로운 나의 모습을 만날 때마다 고양되는 느낌이 있었다. 스스로를 미워하던 나도 혹은 사랑하던 나도 모두 정신적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위코드 3개월을 겪어보기 전까지는 매우 짧게 느껴졌지만 막상 3개월을 보내고 나니 그리 짧지도 않은 기간이었던 것 같다.
3개월 지내면서 배웠던 것들을 회고해보려고 한다. 대부분 프로젝트 회고, 기업 인턴십 회고 후에 배운 내용과 일맥상통하다. 그래서 최대한 겹치는 내용이 아니면서도 강렬하게(?) 뇌리에 남았던 경험과 교훈들을 나열해보려고 한다. 문제 해결 능력이나 자기 주도적인 학습법은 기업 인턴십 회고에서 충분히 이야기했던 것 같아서 생략한다. 3개월간 내가 느꼈던 3가지를 언급하겠다.
무딘 칼 열 자루보다 잘 다듬은 날렵한 칼 한 자루면 충분하다.
내가 3개월간 블로그를 쓰고 공부를 하며 깨닫고 느낀 한 문장이다. 왜 이 문장이 떠올랐냐면, 위코드를 수료하기 전에 긴 준비기간 동안 1일 1커밋과 TIL을 진행했는데 그게 "정말" 성장을 위한 행위였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사실 이제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그건 성장을 위한게 아니다.
그 때 성장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 JBEE님의 블로그
JBEE님의 글이 이 내용을 충분히 담으셨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그게 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무조건 하라고 해서, 하면 좋다고 하니까 하게 된다. 그 때 당시 나의 생각은 이랬다. "일단 다들 필수적으로 추천하는 내용이다. 안 해보고 말하는 것보다는 일단 해보고 좋은지 안 좋은지 느껴보는게 낫지 않을까?" 사실 이 마인드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해본 것 자체에 대해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경험상 "굳이 이렇게 해야할까..? 노가다의 면이 없지않아 있는지도.." 라고 조심스레 말해본다. 물론 도움되었던 사람도 분명 있을거고, 내가 이만큼 성장하는데 있어서 그 때의 과정들이 한 몫 했을 수도 있겠지만 3개월 투자한 위코드에 비하면 시간 투자 대비 그렇게 크게 도움이 되었던 편은 아니다.
종택님도 1일 1커밋은 개근상 개념일 뿐이고, '어찌저찌 열심히 개발 공부를 하다보니 채워진게 1일 1커밋이네?' 여야 하지, 잔디가 목적이 되어서는 정말 알맹이 있게 공부를 할 수 없다고 하셨다. 이 말씀에 찔렸던 이유는 정말 영양가 있는 커밋을 하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TIL 또한 내 생각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그날 그날 공부한 내용만 넣는건 나도 잘 찾아보지 않게 된다. 100개중에 2~3개 찾아보게 되는 글이라면, 다른 사람에게도 내 글은 쓸모없을 것이다.
그래서 "잘 다듬은 한 자루의 칼"을 언급했다.
글의 길이도 짧고(이건 형편없는 글의 특징중 하나이기도 하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내 생각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영양가 없는 100개의 블로그 글보다 날렵하게 쓴 한 개의 블로그 글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으니 그 글을 봐주면 좋겠다. 기록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그게 "날렵해야" 한다.
회고나 내 생각을 담은 일기 형식의 글을 추천하는 이유는 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자기 PR이 가장 쉬운 수단 중 하나이다. 내가 어떤 개발자인지 말하기 수월하다. 적어도 한 사람이 나의 글을 읽는 동안은 마이크가 나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은 글이 재밌는 한 무한하다.
기술에 대한 블로그 글도 동일하다. 자세히 공부하고 정말 초등학생에게 설명하듯이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이유와 목적, 사용하는 방법 등이 명확해야 한다. 나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읽기 쉬워야 한다. 만일 그 글이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성공한 글이다.
날렵한 글은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린다. outsider님도 블로그 글을 작성할 때 기본 3~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시니 그럴만 하다. 나 또한 회고만을 작성 하더라도 기본 3~4시간은 소요하고 그 이상을 넘어갈 때도 많다. 그래서 많이 지치지만 모두 작성한 뒤에 다시 읽어보면 잘 읽히고 재밌어서 뿌듯하다. 그런 글은 실제로도 사람들의 마음에 쉽게 닿는다.
정말 내 블로그에서 필요한 글은 무작정 써내려간 기술 공부 내용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철학을 담은 날카로운 글 하나다.
이건 기술 글도 마찬가지다. 그냥 MDN을 읽어도 될 것을 굳이 사람들이 왜 잘 써진 블로그 글을 볼까? 그 사람의 언어로 쉽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솔직하게 TIL 100개보다 내 생각과 철학을 녹여낸 회고록 하나의 글이 더 값지다.
남들과의 비교에서 벗어나는 법
나는 <28기가 30기에게>라는 세션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당시에 "뭐, 그냥 하면 되는데 이 내용이 굳이 필요할까?" 라고 생각했다.
나부터 그 시간을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시간은 정말 내 생각 그대로 '굳이 필요하지 않은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건 싫었다. 어떻게든 그 시간이 30기 분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했다. 여러 개의 챕터를 준비했는데, 그 중 하나가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법'이다.
사실 그 당시에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어딜 가든 비교는 필수적으로 따라오니 그저 받아들이세요. 대신 매일 자신이 해야하는 것에 집중하고, 매일 달성 할 때 스스로를 칭찬해주세요." 라고 말씀드렸다.
뻔하다, 마음 편한 소리 한다고 느낀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거는 정말 3개월 수료 후 진심으로 느꼈던 부분이다.
남들과의 비교에서 벗어나는 법? 내꺼에 집중하면 된다.
단순해서 어이없겠지만 아마 다들 공감할 것이다. 난 수료 직후에 몸이 안좋아서 조급함이 커졌었다. 남들 다들 앞서나가는 것 같은데 몸이 안좋아서 컴퓨터 앞에 오래 못 앉아있는 현실이 짜증났다. 남들이 뭔가 열심히 하고 있으면 불안했다. 결국 남들이 하는 것만 신경쓰고 있다는 거다. 성장은 내가 하는 건데 남들이 얼만큼 하는지 그게 알게 뭐람? 내꺼에 집중하자.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묵묵히 플랜대로 해나가면 된다. 그 과정에 집중하다보면 남들이 하는 것에는 신경도 안쓰인다.
'아, 저 사람들도 열심히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끝이다. 혹시 그 얘기를 들어본 적 있을까? 내 인생을 사느라 바쁜 사람은 타인의 삶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피드백하지 않는다. 남의 인생에 관심이 많아 자꾸 타인의 삶에 대해 피드백을 늘어놓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이 불안해서 그렇다. 나쁘다는게 아니다. 이건 본인에게 힘든 행위다. 듣는 타인을 위해서라도, 불안한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삶에 집중해서 진심을 담아 즐겁게 살아내자. 그러면 보는 사람도 자극을 받아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려고 노력할 것이고, 본인은 어제보다 오늘 더 발전해 있을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아프리카에 해당 속담이 있다고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다양한 글이 있으니 직접 살펴보도록 하자. 어쨌든 나는 이 문장이 그동안 와닿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야겠다.
"그럼 빨리 혼자 가서 최고가 되겠다 ㅋㅋ 껄껄" 이 정도로 생각했달까..
위코드 3개월 수료 후, 나는 빨리 가는 것 보다 멀리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함께 가면 멀리 가게 된다. 정말 좋은 귀인들을 만난다면 함께 힘을 합쳐 빨리 갈수도 있을거다. 하지만 빨리 가는건 중요치 않다. 올바른 방향으로 멀리 가느냐가 문제지.
최근에 취업 특강을 진행해주신 분(소미님)이 계셨는데 그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유대인 학습법으로 동기분들과 함께 학습하라고 말이다. 유대인 학습법. 왠지 말로만 들었는데 솔깃한 학습법이다. 특강이 끝난 후 바로 동영상을 찾아봤었다. 2인 1조로 짝을 지어 서로 공부한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혼자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습득력도 빠르고 메타인지도 높아진다고 한다.
나는 코드카타 알고리즘 문제풀이를 할 때 이 좋은 느낌을 받았었다. 물론 한명이 입코딩을 하고 한명이 손코딩을 하는 구조였지만, 대체로 내가 입코딩을 할 때 설명을 많이 했었다. '잘 모르겠다, 이해가 안된다' 하는 분들을 위해 거듭 더 쉽게 풀어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했던 그 순간들이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남들에게 설명하며 하는 공부는 스스로에게 정말 도움이 된다. 사고도 확장되고 설명하다가 스스로 이유가 합당해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내가 부족한 것이므로 바로바로 구글링해서 찾아보거나 추가적으로 학습을 한다.
그리고 설명할 때 쉽게 설명할 수 있다면 내가 그 부분을 정말 내 것으로 만들어서 충분히 알고 있다는 뜻이기에 메타인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함께 학습하게 되면 서로 몰랐던 부분을 빠르게 학습할 수 있게 되고 알고 있는 부분을 설명함으로써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고 내 메타인지를 높이는 기회도 제공된다.
함께 공부할 사람이 있다는건 축복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코드의 3개월은 끊임 없이 동기들과 함께 코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대화하므로 내가 개발자로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학습 속도도 혼자 공부할 때보다 월등히 빠르고 정확하다.
남들의 고민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준다는 것도 남들 좋으라고 하는 행위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한 타인에게도 좋지만, 함께 고민하고 해결한 나에게 있어서 성장의 기회를 받은 것이므로 경험치가 상승한다. 레벨업을 더 빨리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인형을 세워두고 설명해도 좋고, 블로그 글을 쓰는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블로그 글을 쓰면 자동적으로 합리적인 글쓰기를 하게 된다. 타인이 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댓글 쓰기 기능을 구현했고 해당 내용을 블로그 글로 남긴다고 해보자. 어떤 기술을 사용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쓴다. 타인이 읽을 글이다.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설명하듯이 글을 쓰게 된다. 스스로 읽어봤을 때 말이 안된다면, 내가 이렇게 해결한 근거가 스스로 납득되지 않는다면 글이 막힌다. 혼자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행위를 블로그 글을 작성하면서 할 수 있게 된다.
타인에게 설명해주듯이 글을 쓴다면 그것 또한 멀리 갈 수 있게 되는 방법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한다.
마무리
사실 마지막 내용이 위코드 3개월의 전부다. 이제 위코드를 시작하게된 뉴비라면 많은 동기에게 닿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내 것을 열심히 하면서도 동기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리번 거리고, 먼저 가서 잘 되는지 질문을 유도하고 함께 해결해나가면 3개월이 참 값질 것이다. 나 또한 위코드를 수료하면서 개발과 학습에 진심인 좋은 동기들을 얻은게 가장 귀하고 감사하다. 그들과 함께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코드를 이야기할 때 정말 즐겁다.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모였을 때 시너지를 내기 쉽다. 개발이 즐거워서 시작했다면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학습하기를 추천한다. 앞으로도 나는 개발자 동료들과 학습하고 성장해나갈 것이다. 그것이 가장 훌륭한 학습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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