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독서기록

동물농장 / 조지오웰 :: 서늘하지만 위트있는 풍자

heeney 2022. 8. 7. 20:50
728x90

 

동물농장, 북로드

 

나는 평소 소설책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니다. 막상 읽으면 푹 빠져들어 읽지만 손이 가지는 않는다.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때 일어날 힘을 준건 인문학 도서였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의 책이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 책을 읽을 거라면 인문학 책이 있는 곳에 서성거렸다. 삶을 구출해준 은혜라도 갚고 싶어서인지 왠지 새로운 책이 나오거나 유명하다는 인문학 도서가 있다고 하면 찾아 읽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종종 고전 도서를 읽으려고 시도했었다. 이를테면, <자기만의 방>. 나는 왠지 민음사의 책이 쉽게 읽히는 편이 아니어서 <이방인>, <인간실격>도 인상 깊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정을 좀 들여보고자 다른 출판사의 책을 선택했다.

20대 초에는 책은 무조건 사서 읽으라는 많은 사람들의 추천으로 서점에 자주 가서 책을 둘러보고 구매해 읽었다. <책 읽는 방법>에서 김봉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책을 더럽게 쓰자는 주의였다. 마구 낙서하고 밑줄 긋고 김봉진 님 말씀대로 삼색 볼펜으로 인상 깊은 부분을 죽죽 그었다. 실제로 내가 느끼기에 좋았던 책은 모두 낙서가 한가득이다. 가끔 그 책의 지혜를 얻고 싶을 때 밑줄 그은 부분만 보면 되어서 간편하고 좋다. 오로지 나를 위한 책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그런데 책 금액도 만만치않고 어차피 다양한 책을 읽을 거라면 e북이 낫겠다 싶어서 e북 리더기와 도서 정기 결제를 하게 되었고 계속해서 이용 중이다. 애초에 나는 짐을 많이 들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다양한 책을 읽으려고 해서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이 다르다. 가방에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한 손 크기의 e북 리더기를 택했다.
e북 리더기가 가볍고 간편한 덕분에 출퇴근 시간에 자주 읽었는데 조지오웰의 문체가 깔끔하면서도 술술 읽혀서 깊이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소설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스토리는 작성하지 않는다. 오직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구절과 나의 생각을 담을 예정이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완독 한 후 느낀 점은 한 가지이다. "서늘하다"

싸늘하다 아니고 서늘하다

폭풍전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폭풍이 오기 전이 가장 조용하다는 뜻이다.

동물농장은 말그대로 책이 완결에 다다를수록 더욱 고요하다. 제 3자가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진행되는 스토리라서 그 누구의 감정도 담기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 날것의 이야기를 전한다. 누가 봐도 이상하고, 급박하고, 비참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화자는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를 설명한다. 모든 게 다 괜찮다는 듯이.

조지 오웰이 노린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푹 빠져들어 책이 끝날 때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인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과 대조하여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확히는 생각을 하도록 이끈다.
사실 우리는 매너농장과 다를 게 없는 사회구조에서 삶을 살고 있는데 복서처럼 그저 "열심히"만 외치면서 나의 탓으로 돌려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저 다들 그렇다고 해서 생각하는 행위를 멈추고 시대와 환경에 순응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고 생각하고 탐구하도록 한다.

그리고 나폴레옹이 어떻게 사람들을 조종하고 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구축하는지, 글을 읽으면서 매 순간 소름이 돋았다.
고도화되어 있었고 심층적이며 견고하게 가랑비 젖듯이 서서히 그들을 옥죄어왔다. 그 누구도 나폴레옹을 의심할 수 있는 구멍을 모두 막아두고 다른 동물들은 되려 스스로를 의심하고 더 열심히 일했다.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도 모른 채.
어떤 울타리에 갇혀서 세상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충분히 고립되어 있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동물들이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답답하고, 한탄스럽고. 그러나 그게 스스로일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사람은 언제나 잘못할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게 먼저다. 이처럼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매너 농장의 동물들은 무엇이 원인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이게 가장 비탄스럽다.
그리고 나폴레옹은 적절한 가스라이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폴레옹은 그 밑에 수하를 두어 손에 피를 볼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다. 나쁜 의미로 나폴레옹은 미친 듯이 머리가 좋다. 사람을 어떻게 다룰지 알고 시스템을 쉽게 구축하여 사람들을 고립시킨다.

그렇다고 해서 스노볼이 남아서 권력을 쥐었더라도 완벽한 세상이 되었으리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스노볼이 그런 체계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더 나은 차악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충분히 경계하고 권력의 힘이 치우쳐지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이렇다.

언어 공부를 꾸준히 할 것.

항상 아쉬웠다. 그들이 글을 조금만 더 잘 읽을 수 있었더라면. 다양한 학습을 통해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었다면 저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서는 이런 문장이 있다.

죽을 때까지 해야 할 공부가 있다면 언어다. 장담컨대 가장 좋은 사전을 가진 사람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둔다.

복서가 도살장에 끌려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나폴레옹과 그 수하들이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여부는 모두 나폴레옹에게서 전해 들을 수밖에 없었고 의심이 들 때마다 나폴레옹이 얼마나 청렴하고 동물들을 위해 희생하는지에 대해 주기적으로 가스 라이팅 했기 때문이다.

정치와 세상에 관심을 충분히 둘 것, 경계하면서 의문이 들때마다 깊이 공부할 것.

가스 라이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나폴레옹이 체계적으로 밑 작업을 해나갔기 때문이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얘네 진짜 바보 같아,라고 생각하지만 책을 덮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린다. 본인이 그 세상에 살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본인도 그 바보인지 아닌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치와 세상에 충분히 관심을 두고 사각지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도와야 하며 꾸준히 감시하고 살펴야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진정 옳은 길로 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것.

나는 이 책을 읽고 한대 얻어맞은 듯이 얼떨떨했다. 내가 앞에서 "그들은 고립되었다" 라는 표현을 했는데 그만큼 다른 농장의 동물들과 교류할 일이 없었다. 만약 그들이 다른 농장의 동물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고 본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마주할수록 우리의 사고는 더 유연해지고 가성비 있게 견문을 넓힐 수 있다. 모르고 있던 부분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해의 폭도 넓어진다. 동물농장 이야기에 빗대어 말하자면 상황이 분명 잘못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다들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까 나도 그냥 넘어가도 되겠지' 라던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서 점점 혼자 생각하고 넘겨짚는 일이 많아지면서 나폴레옹이 하는 일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라고 저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혼자 영웅심리가 발생해서 동물들을 돕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했을까? 전혀 아니다. 나폴레옹이 옳다는 말을 주기적으로 듣고 삶이 노동에만 치우쳐져 있다면 프레임에 갇혀 진짜를 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실제로 나폴레옹이 동물들간의 만남도 자제하라고 통보한다. 이는 생각하는 행위를 억제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갑자기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렇다. 동물농장의 일부를 첨부한다.

통계표의 숫제에 의하면 모든 것이 향상되고 있었다. 동물들에게 이 문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들에게는 지금 이 문제를 되짚어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무엇이든 기록할 것. 꾸준히.

정말 매너농장은 전보다 상황이 나아졌을까? 이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전에 기록된 내용과 현재를 비교하는 것뿐이다. 과거의 지표가 없다면 전보다 나아졌는지 알 수 없다. 이 것을 다양한 상황에 대입해 생각해본다면 기록이 얼마나 중요할지 알게 될 것이다. 언제나 꾸준히 기록해야 한다고 다짐하게 된 동물농장의 일부 내용을 첨부한다.

나이 든 동물들은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려 존스 씨가 갓 쫓겨났을 때인 반란 초기의 사정이 지금보다 좋았던가 아니면 나빴던가를 판단해보려고 했지만 그것마저 아리송했다. 현재의 삶과 비교해볼 만한 증거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사회주의 비판에 관련된 책이다보니 정치라는 워딩을 많이 사용하기는 했지만 나는 이게 비단 정치에서만 생각해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조직이나 모임에서도 통용될 이야기이다. 내가 나폴레옹처럼 그런 세상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내가 그런 고립된 상황에 놓여 진짜를 보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클로버가 꿈꾸던 미래는 동물들이 굶주림과 매질로부터 해방되고, 모두 평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능력껏 일하는 사회였다. 메이저가 연설하던 날 밤 자기가 앞다리로 새끼 오리들을 감싸준 것처럼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주는 그런 따뜻한 사회였다.

 

그러나 예전에 스노볼이 동물들에게 펼쳐 보였던 전등과 냉온수기가 설치된 축사, 주 3일 노동 등 꿈같은 이야기들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나폴레옹이 그런 생각은 동물 주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참된 행복이란 열심히 일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는데서 비롯된다고 그는 주장했다.

 

동물들은 인간에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서 인간으로 몇 번이고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나 어느 쪽이 인간이고 어느 쪽이 돼지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많이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일 뿐. 배움이 깊은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책의 중요성은 책을 읽을수록 계속해서 깨닫는 중이다.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이데올로기에 대해 배우면서 알게 된 *3s 정책을 통해 느낀 것은 사람은 항상 의식적으로 살아야 하며 생각해야 하고 읽기와 쓰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사람은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더 좋은 세상과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 전두환이 대통령이었던 시절, 3s 정책이 있었다. Screen, Sport, Sex 이 세가지를 뜻하는 내용으로 국민들이 쾌락에 빠져서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들어 통치자가 쥐락펴락 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었다.

책은 도끼라는 말이 있다. 계속해서 깨닫고 의식적으로 우리는 성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오래간만에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준 조지 오웰에게 감사하다.

 

 


 

동물농장, 북로드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728x90

'기록 > 독서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께 자라기 / 김창준 :: 협력하여 학습하기  (2) 2023.09.18